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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실가스 감축 : 성장의 기회인가, 후퇴의 위기인가 ?
  글쓴이 : 관리자 (222.♡.4.27)     날짜 : 09-12-07 10:59     조회 : 6804    

온실가스 감축 : 성장의 기회인가, 후퇴의 위기인가 ?

 

울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 연 재

 

정부는 11월 17일,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의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당초의 3개 시나리오 중 가장 높은 수준인, 배출 전망치(BAU : business as usual scenario) 대비 ‘30% 감축'으로 최종 확정했다. 말하자면 2005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2020년까지 4%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확정한 배출 전망치 대비 30% 감축안은 IPCC가 개발도상국에 권고한 감축안(BAU 대비 15~30% 감축) 가운데 최고 수준의 것이기는 하다. 그것은, 대내적으로 녹색성장 전략의 추진을 가속화하고, 대외적으로는 지구 차원의 기후 변화 대응 노력에 적극 동참하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감축안이 최선책이라고 자부하겠지만, 국제사회의 시각에서 보면 차선책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교토 의정서’ 체결 이후 우리에게 ‘부속서 1국가’(Annex I Countries)가 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우리나라가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여 부속서 1국가 된다면, 온실가스 감축 부담은 지금의 감축안보다 훨씬 더 부담스러운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즉,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박탈 당한 결과, 온실가스의 자발적 감축이 아닌 의무적 감축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감축 의무를 부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부속서 1국가로의 편입을 회피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개도국들에게도 감축 의무를 부담시켜야 한다는 미국의 압력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국제사회의 그러한 요구를 회피할 수도 없고, 회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면, 환경 보전과 산업 발전을 위해 이제부터라도 온실가스의 감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에게는 잃어버린 10년이 있었다. 1997년 교토 의정서를 체결한 이후 최근까지의 기간이 그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 상당한 감축을 할 수도 있었다. 그랬더라면 부속서 1국가 대열에 합류하더라도, 2차 의무 감축 기간(2013-2017)에 1차 의무 감축 기간(2008-2012)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감축을 요구받더라도, 상대적으로 지금보다 부담이 덜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는 불행하게도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임을 고백해야 한다. 정부나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으로 임한 결과, 기회를 위기로 전락시켰음을 자인하고, 대책 마련에 서둘러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이 어떤 형태 어떤 수준으로든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위기가 아닌 기회를 의미한다. 그것은, 정부에게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기회로의 관문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규제와 함께 인센티브 제공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예컨대 정부는 온실가스의 주요 발생원인 화석연료의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탄소세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감축 목표를 초과 달성한 기업과 가정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환경 보전과 경제 성장이 동시에 증진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이 그런 방향으로 전환되면 현 정부의 중점 시책인 녹색성장은 지름길을 달릴 수 있다.

 

기업은 온실가스의 감축을 새로운 성장 동력의 창출 기회로 인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 부담과 이로 인한 위기의식 때문에 감축을 회피하는 것은, 장기적 이익 창출원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서유럽의 기업들이 일찍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서두른 결과, 다양한 감축 방안과 기술을 개발하여 새로운 이익원을 발굴하고, 세계 배출권 거래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한 선례는 우리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온실가스의 적극적 감축이 시장 창출과 확대의, 그리하여 새로운 이익이 발굴과 확대의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시사를 유럽의 사례로부터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거꾸로 우리의 기업들이 온실가스의 감축에 소극적으로 임한다면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시장에 진입할 수 없거나, 뒤늦게 참여하더라도 선참국들이 이미 설치한 진입 장벽 때문에 시장 점유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에 동의해야 한다. 나아가 감축 기술의 후진성 때문에 우리의 기업들이 선진국 기업들에게 종속되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곤경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에도 유의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이 성장의 족쇄로 작용할 것인가, 아니면 성장 기폭제로 작용할 것인가는 정부와 기업의 전략에 달려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 새로운 성장 동력원이 되고 환경 보전의 수단이 되기를 원한다면, 정부는 기업에 대해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지원을 확대하고, 기업은 수익 창출의 기회로 활용하는 적극적 전략으로 전환해야 마땅하다. 우리 국가와 시민사회는 단기적 이익을 위해 장기적 성장을 희생해야 하는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 장기적 성장을 위해 단기적 이익을 일부 희생해야 하는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