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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리로드맵을 주목하자!
  글쓴이 : 관리자 (222.♡.4.27)     날짜 : 08-08-28 11:54     조회 : 6618    
 

 발리로드맵을 주목하자!


녹색에너지촉진시민포럼 

황 인 석 사무국장

들어가며


  IPCC는 지난해 2007년 2월 발표한 4차보고서에서 현재의 기후변화문제의 원인이 인류의 경제활동으로 인한 결과임을 명확히 밝히고 국제사회의 공동의 행동이 시급함을 경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07년 5월, 독일에서 열리 G8 정상회담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도 기후변화 책임에 대한 남북 간 갈등이 총회의 마지막까지 이어져 결국 교토의정서는 사문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속출했다. 하지만 하루 더 연장한 발리총회에서 2013년 이후 2차 의무감축에 대해 미국이 구체적인 수치를 2009년까지 실무회의를 통해 제시하기로 했다. 사실상 미국이 EU 대표단이 제시한 1990년 대비 25~40%의 온실가스 감축 설정 안에 동의해 향후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과 저감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담은 이제 국제사회의 새로운 쟁점화가 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포스트 교토체제의 2차 의무감축목표 설정이 EU가 요구하는 발리로드맵이 되던, 아니면 미국이 요구하는 다른 방식이던 간에 이제 지구적 온실가스 감축 규제는 하나의 국제질서로 태동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국제레짐으로서 교토의정서 이후 등장한 발리로드맵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분석해 보고 현실적으로 미국의 참여가 왜, 이렇게 어려우며, 향후 발리로드맵이 새로운 국제질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알아본다.  



국제환경 협력의 한계


 국제환경문제는 개별국가의 대응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해 국제적인 공동노력이 필요하고 또 양자간, 지역적인 차원에서 협력도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환경보전을 위한 국제적 협조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환경문제가 갖는 특수성 즉, 정치적 민감성, 경제, 통상 이슈화, 남북문제 및 국제협약 추세 등으로 인하여 국가별 또는 국가 그룹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또 선진국들은 국제 환경규제를 진정한 위기극복의 돌파구로 간주하기 보다는 지구환경문제를 명분으로 선진국 중심의 세계경제질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다분히 담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개최된 국제환경회의나 국제 환경협약을 둘러싸고 신흥공업국들의 경제성장을 통제하고자 하는 선진국들과 환경을 희생하더라도 경제성장을 이룩하고자 하는 개발도상국들 간의 심각한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그러나 지구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을 도출하는 데, 생기는 가장 큰 걸림돌은 남북 간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특정 국가그룹 내에서의 갈등, 특히 선진국 그룹 내에서의 입장차이로 인해 발생한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지구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선진국들의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선진국 간의 이견차이로 인해 협약이 발효되지 못하게 된다면 결국 지구 환경위기는 더욱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선진국들의 간의 입장차이로 인해 선진국이 협상테이블에 참여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국제 환경협력의 가장 큰 제약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초강대국 미국의 입장


 교토의정서 발효를 둘러싸고 선진국들 그룹 내에서의 입장차이가 발생하였는데, 특히 EU와 미국 간의 대립이 극명하게 나타났다. EU는 적극적인 자세로 교토의정서 체제에 참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교토의정서에서 제시한 감축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연간 1가구당 1,000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경제적인 이유로 부정적이다. 미국이 세계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이유는 화석 연료의 사용를 사용하는 발전소, 건물, 자동차와 같은 에너지 설비들의 경제적 수명이 길기 때문이며, 또 미국 내 에너지 사용의 절반 정도는 석탄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어 전기사업 분야에서는 특히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교토의정서 실현에 가장 큰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장기호황에 따라 화석연료의 사용이 늘면서 의정서에 결의된 국가별 이산화탄소 삭감 목표 달성이 미국으로선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적 이유로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교토의정서를 탈퇴하게 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동안 미국이 탈퇴한 상황에서도 EU를 주축으로 교토의정서를 발효시키려는 노력이 가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교토의정서 탈퇴는 국제레짐의 발효와 실효성에 치명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는 국제레짐을 비롯한 국제제도에 대한 주권 국가의 거부권이 갖는 영향력을 고찰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만장일치제의 비현실성으로 인해 많은 회원국을 가진 국제제도나 레짐에서는 만장일치적 결정이라 할 수 있는 합의라는 방식이 많이 채택되고 있다. 그런데 주권국가의 거부권이 명시적으로 법에 의해 주어지지 않은 경우라도 실제에 있어서 묵시적 거부권을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존재한다.  북한과 국제원자력 기구와의 관계에서 보듯이 주권국가는 그들이 가입해 있는 국제기구로부터 실제로 탈퇴하거나 탈퇴를 위협함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보면, 초강대국인 미국의 교토의정서 탈퇴 위협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질지는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사실상 안보, 경제 레짐 뿐만 아니라 국제 환경레짐에서도 근사 헤게모니 국가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참여가 없다면 사실상 성공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교토의정서의 경우는 세계 최대의 이산화탄소 발생국인 미국의 참여가 무엇보다도 의정서 발효에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이 빠진 교토의정서는 성공적으로 발효되기 어려우며 실패할 가능성이 그만큼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 환경레짐은 이러한 미국의 탈퇴로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발리로드맵과 새로운 국제질서의 등장


 국제 환경레짐으로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가 일구어 낸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길고 험한 여정의 출발점에서 배회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런 점에서 타당하다. 지구온난화 문제의 복합성과 과학기술의 불확실성, 강제와 지원 장치의 결여로 인해 이행과 준수의 실효성 미확보, 국가이익의 상충, 비국가 행위자의 제한적 역할, 시장 의존적 유연성 기제의 한계 등이 상호 작용하면서 국제 환경레짐의 진전을 가로 막았다. 하지만 국제 환경레짐의 구축 과정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미래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장기적인 과정에 들어섰다고 해도 이것이 폄하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일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국제 환경레짐에의 모델로 평가하는 오존층 보호 레짐도 여러 단계를 밟아 10여년 이상의 세월이 소요된 후에 구축된바 있다. 국제 환경레짐의 구축이 장기화되고 가동이 지체되고 있다고 해도, 그 장래가 반드시 비관적인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국제 환경레짐 구축을 통한 지구온난화 문제해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중앙집권적 권위가 부재하는 국제사회에서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 활동을 조정하는 국제 환경레짐의 구축이 불충분하거나 부적절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평가가, 온난화 규제 레짐의 성과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확대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2005년에 2월에 발효된 교토의정서 체제는 그 시작부터 국제사회의 많은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 교토의정서의 주요 메카니즘인 청정개발체제를(CDM) 통한 선진국-개도국 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은 최근 3년 사이 눈부신 성과들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실적은 중국, 인도,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성과들로 나오고 있다. 현재 UNFCCC에 등록된 CDM 사례는 1,400여 건으로 연간 1억6천 2백만 톤의 감축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실적은 교토체제가 가지는 여러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국제 환경레짐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증거로 보인다. 최근 교토체제의 국제레짐의 대한 가능성은 제13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의 발리 로드맵에도 그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발리 로드맵은 교토체제의 1차 감축기간(2008-2012) 이후 2차 감축기간(2013-2018)에 대한 의무감축 비율을 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협력모델을 정하는 것이었다. 총회 마지막까지 진통을 거듭한 발리로드맵은 기후레짐이 갖는 한계만큼 냉혹했다. 하지만 기존의 입장과 다르게 기후레짐에 참여하기로 한 호주 총리와 중국의 선진국 참여의 강조, 반기문 UN사무총장의 호소가 미국의 극적인 참여를 이루어 내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13차 총회에서 미국은 2차 의무감축 목표에서 EU가 제시한 1990년 대비 25~40% 사이의 감축목표에 동의하고 앞으로 2009년까지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수치화하는데 동의했다. 이로써 1997년 일본 교토에서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이후 10년 만에 기후레짐에 미국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성과를 이루어 낸 것이다.

 13차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발리로드맵’은 네 가지 분야로 의견접근을 이끌어 냈다. 첫째는 2013년 이후에는 개발도상국의 감축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선진국 그룹과 개도국 그룹으로 이원화해서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둘째는 선진국들은 교토의정서에서 정한 1990년 대비 평균 5.2%의 감축보다 더 강력한 감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개도국은 국가별로 자발적인 감축 목표를 정하기로 했다. 개도국이 기후변화로 얼마나 큰 피해를 보는지 평가하고 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 국제협력을 해나가기로 한 것도 이번 협상의 결실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줄이는 데 활용할 기금을 확보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개도국에 인센티브를 주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지난해 13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을 통해 채택된 ‘발리로드맵’이 향후 협상을 통해 앞으로 구속력 있는 환경레짐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발리로드맵’은 새로운 국제  환경레짐으로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로 기록되고 있다. 


마치며 


그동안 교토의정서 체제는 환경문제가 갖는 포괄성으로 인해 국가별 또는 국가 그룹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었으며 최근 독립국가 수의 급격한 확대, 국가별 이익의 다변화 요인, 지역 통합기구의 출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첨예한 입장대립,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 내의 이익 다변화 그리고 특정 국가 그룹 내에서의 갈등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새로운 쟁점화가 되고 있다.

 특히 13차의 총회를 거치면서 난항을 거듭해 온 지구온난화 문제는 국제레짐이 가지는 한계와 현실적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준 대목이다. 이러 측면에서 발리로드맵은 냉혹한 국제사회의 작은 성과물로 평가된다. 앞으로 초강대국 미국의 참여가 어떤 형태로 발전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미 미국 내 각 주에서는 기후변화 저감을 위한 많은 노력들이 진행 중이다, 또 미국은 에너지소비구조 개선을 위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선진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탄소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우위 또한 보유하고 있다. 물론 미국 내 의회의 적극적인 승인구조가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 민주당 우위의 기후변화 대응을 움직임을 보면 앞으로 기후변화 문제의 책임과 공동의 의무 차원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참여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번 13차 당사국 총회에서 미국이 구체적인 수치화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포스트 교토체제에서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로 한 결과는 이러한 국제환경정치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압력과 요구로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적극적 참여 의사를 보인 미국이 또 지난 2002년처럼 온실가스 감축 체제에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포스트 교토체제가 2009년까지 구체적인 수치화가 되느냐는 앞서 얘기한 EU를 비롯한 주요 온실가스감축 의무국가간의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수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포스트 교토체제는 완전한 국제레짐으로 발전되지는 않았지만, 이후 국제 환경레짐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환경레짐이 새로운 국제질서의 한 형태로 서서히 등장할 것을 대비해 국내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