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을 결심하면서 담배를 사던 돈을 모아 적십자 활동을 후원하기 시작하는 등 꾸준히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하는 사람이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이 따뜻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동구 동부동에 거주하는 공응천씨(64·사진). 공응천씨는 투박한 손에 깡마른 몸이지만 얼굴에서는 순하고 착한 우리 동네 아저씨 냄새가 묻어 나온다. 그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서게 된 것은 지난 2003년이다. 공씨는 30년 동안 기쁘나 슬프나 변함없이 친구가 되어 주던 담배와 이별하기로 결심하면서 담배를 사지 않아 남을 주머니 돈으로 뜻있는 일을 하고자 생각을 굳혔다.
어떤 일을 해볼까 고민을 하던 중 집으로 배달된 적십자회비 지로용지를 보면서 적십자 후원회원으로 가입, 2003년 3월부터 금연으로 생긴 용돈을 절약해 매달 3만원씩 적십자사에 기부를 하다가 지난 2008년부터는 5만원으로 늘려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세상에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 큰 돈을 기부하는 것도 아닌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많은 단체 중 적십자를 통해 기부를 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국제구호단체라는 적십자의 세계적인 명성이 나를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신뢰가 갔지요.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 결정에는 한 점 후회도 없습니다. 정년퇴직을 해 살림살이가 직장 다닐 때와 같지는 않지만 적십자로 향하는 기부는 끊지 않고 이어나갈 생각입니다"고 답했다.
공씨는 지난 1985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지난해 12월 말까지 25년간 근무하다 정년퇴직했다. 삶의 대부분을 배 만드는 일과 함께한 공씨에게는 특별한 이력이 또 하나 있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석유에너지 자원의 한계 등 환경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녹색에너지촉진울산시민포럼의 환경지기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겨울철에는 태화강의 백로 서식지를 연구하며, 관심을 가져 주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을 맡고 있는 맹렬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돈은 있으면 힘이 있고 쓸 때는 빛이 나지요. 다 쓰고 나면 암흑이지만 쓸 때 잘 쓰면 그 빛은 영원합니다. 사람들의 작은 기부가 이어져 또 다른 사람의 온정으로 이어지기를 바래요" 이보람기자 usybr@ulsanpres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