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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118.♡.86.141)
날짜 : 23-01-06 12:40
조회 : 6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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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독수리 15마리가 지난 9일 울산에 도착했다. 독수리는 먹잇감을 확인하고도 상공을 선회할 뿐 내려앉지 않는다. 이 독수리들은 대부분 어린 개체들이다. 선발대로 도착한 이 독수리들은 사실 영역경쟁에서 밀려 남쪽으로 이동한 무리다. 올해 태어났거나 지난해에 태어난 일 령, 이 령의 어린 독수리들이다. 독수리는 보통 육 령이 되면 깃털의 색깔도 성체의 모습을 갖추고, 머리의 깃털이 모두 빠져 독수리(禿, 독)의 모양을 갖추게 된다.
독수리 성체들은 먹잇감이 많은 중국 요동 지역에 영역을 차지하고 이 영역경쟁에서 밀린 어린 독수리들은 계속 남하해 한반도 남쪽 지역인 울산과 경남 김해, 고성까지 내려오게 된다. 어린 독수리들은 처음 이주해 온 지역의 큰부리까마귀, 까마귀, 까치들의 텃새 행세에 놀라 먹잇감을 보고도 내려앉지 못하고 상공을 맴돌고만 있다.
한반도에 도래하는 독수리는 약 2,000마리로 북한 지역에는 머무르지 않고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파주, 연천 지역에서 월동하는 무리와 울산, 경남 김해와 고성, 거제 지역까지 남하해 월동하는 무리로 구분된다. 특히 철원, 파주 지역의 경우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창궐로 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원하는 먹이 제공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먹잇감이 부족하다보니 더 많은 어린 독수리들이 남하해 울산을 비롯한 남쪽 지역으로 이동한다. 울산에 도래하는 독수리는 최대 500마리이며, 올해 초에는 약 170마리가 도래해 겨울나기를 했다.
독수리의 겨울나기는 힘겨움, 그 자체이다. 독수리의 고향인 몽골의 경우 4,000만 마리의 양 떼들과 야생동물들 간 먹이사슬의 상호관계가 있다. 청소부 역할을 하는 독수리의 먹잇감이 풍부하지만, 최근 한반도의 경우 인간 행동 패턴 변화로 먹잇감이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질병에 걸린 돼지나 닭을 함부로 버리는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먹잇감이 부족한 어린 독수리들은 수산물가공 공장 배수구를 비롯해 양계장, 축산농가 주변의 버려진 동물 사체를 찾아다니며 힘겨운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시민 제보로 구조된 독수리 위장 속에는 빨간 장갑, 밧줄, 스티로폼 조각, 나일론 끈들이 발견됐다. 먹잇감을 구하지 못한 독수리들은 대부분 탈진하거나 전선 충돌, 농약 중독으로 사체로 발견된다. 운이 좋으면 시민 제보와 야생동물구조센터의 도움으로 야생으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결국 인간 행동 패턴 변화와 야생동물에 대한 인식 부족은 독수리를 더욱 멸종위기 상태로 몰아내고 있다.
올해도 울산을 찾는 독수리들이 속속 남하를 시작하고 있다. 최근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지난해보다 약 10℃ 정도 높아, 독수리 무리의 이동이 늦어지고 있지만, 북풍이 불어오는 12월에 접어들면 수백 마리가 울산을 다시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무리 속에는 올해 구조되어 지난 3월 30일 자연 방사한 독수리(무학이)가 있을지 모른다. 무학이는 부산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치료한 독수리로 자연 방사 시점이 늦어져 독수리 무리가 가장 많은 울주군 범서읍 무학산 아래에서 야생으로 보내졌다. 방사된 무학이의 등에는 24g의 위치발신기가 부착되어 그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3월 30일, 방사된 무학이는 곧장 몽골로 향했다. 4월 1일부터 14일까지 무려 3,400㎞를 비행했으며, 평균고도 3,000m에서 하루 최대 360㎞를 이동했다. 최고시속 110㎞로 일주일간 쉬지 않고 2,000㎞를 비행해 중국 길림성까지 도착했다. 무학이는 태어난 고향으로 가기 위해 쉬지 않고 머무르는 곳도 없이 일주일간이나 비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국 내몽골을 지나 몽골로 들어선 무학이의 발신 신호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몽골 지역의 열악한 통신 사정 때문이다.
유난히 따뜻했던 올해의 가을날이 지나고, 북풍 한파가 불어오는 12월이 가깝다. 독수리 무리의 대이동과 함께 힘겨운 겨울나기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독수리에 관한 잘못된 인식이 이들을 더욱 심각한 멸종위기 상태로 몰아내고 있다. 자칫 독수리가 조류인플루엔자(AI)를 옮길 것으로 우려해 어느 지역도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첨단과학 문명을 누리는 시대에 과학적이지 않은 막연한 추정으로 독수리뿐만 아니라 모든 이동성 조류를 멸종의 궁지로 내몰고 있다.
멸종위기의 독수리는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성 조류이며, 어느 주권국가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독수리의 이동 경로에 있는 몽골, 중국, 한국 등 각 정부 차원의 국제협력이 절실하다. 지역 차원에서 울산, 김해, 고성, 거제 등 독수리 도시의 생물다양성 협력사업도 더욱 필요하다. 민선 8기의 환경정책에 새롭게 등장하는 생물다양성 정책을 기대하면서, 무학이의 울산 도착 소식을 기다려 본다.
출처 : 울산경제신문(http://www.ulkyung.kr)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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